시는 끈기 있게 기다려야 한다. 할 수 있다면 70년이나 80년쯤, 평생을 두고 꿀벌처럼 꿀과 의미를 모아야 한다. 오랜 시간, 깊이와 향기를 모아 써야 마지막에 겨우 열 줄 정도의 훌륭한 시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시란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시가 감정이라면 젊은 나이에도 쓸 수 있을 것이다.
시는 감정이 아닌 경험이다. 한 줄의 시를 위해 많은 도시, 많은 사람, 많은 책을 보아야 한다. 동물의 마음, 하늘을 나는 새의 날갯짓, 새벽녘에 피는 꽃의 모습도 깊이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된다. 또 미지의 나라, 멀리서 다가오는 이별, 어린 날의 추억, 바닷가의 아침, 반짝이는 별들과 덧없이 사라진 여행길의 밤들, 그런 것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그저 모든 것을 떠올릴 뿐이라면 그것 역시 아무것도 아니다. 추억이 많아지면 잊을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하여 다시 추억이 되돌아오기를 기다리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추억이 피가 되고, 눈이 되고, 표정이 되고, 이름을 알 수 없는 것이 되고, 우리 자신과 구별할 수 없게 되어서야 비로소 우연한 순간에 시 한 편의 첫 단어가 추억 속에서 찬란히 떠올라 시가 되는 것이다.
- 릴케의 묘비명 -
Rose, oh reiner Widerspruch, Lust, niemandes Schlaf zu sein unter soviel Lidern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에서 그 누구의 잠도 아닌 잠이여
- 명언 -
여행이란 내면에서 이루어지는 것일 뿐이다.
사람은 고독하다. 사람은 착하지 못하고, 굳세지 못하고, 지혜롭지 못하고 여기저기에서
비참한 모습을 보인다. 비참과 부조리가 아무리 크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사람의 운명일
지라도 우리는 고독을 이기면서 새로운 길을 찾아 앞으로 나아갈 결의를 갖지 않으면
안 된다.
경쟁심이나 허영심이 없이 다만 고요하고 조용한
감정의 교류만이 있는 대화는 가장 행복한 대화이다.
우리는 고독하다.
우리는 착각하고
마치 그렇게 고독하지 않은 듯이 행동한다.
그것이 전부이다.
Wir sind einsam.
Man kann sich darüber täuschen und tun,
als wäre es nicht so.
Das ist alles.
- 1904년 8월 12일,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Briefe an einen jungen Dichter)」
명성이란 결국 하나의 이름 주위로 몰려드는
오랜 오해들의 총합에 지나지 않는다.
- 시 -
인생을 꼭 이해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인생은 축제와 같은 것
하루하루 일어나는 그대로 살아가라.
바람이 불 때 흩어지는 꽃잎을 줍는 아이들은
그 꽃잎을 모아 둘 생각은 하지 않는다.
꽃잎을 줍는 순간을 즐기고
그 순간에 만족하면 그 뿐.
- 인생(Du musst das Leben nicht verstehen)
Lösch mir die Augen aus:
ich kann dich sehen,
wirf mir die Ohren zu:
ich kann dich hören,
und ohne Füße kann ich zu dir gehen,
und ohne Mund noch kann ich dich beschwören.
Brich mir die Arme ab, ich fasse dich
mit meinem Herzen wie mit einer Hand,
halt mir das Herz zu, und mein Hirn wird schlagen,
und wirfst du in mein Hirn den Brand,
so werd ich dich auf meinem Blute tragen.
내 눈을 감기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습니다.
내 귀를 막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습니다.
발이 없어도 당신에게 갈 수 있고
입이 없어도 당신의 이름을 부를 수 있습니다.
내 팔을 꺾으세요.
그래도 나는 당신을 잡을 것입니다.
손으로 잡듯이 심장으로 잡을 겁니다.
심장을 멎게 하세요.
그러면 뇌가 고동칠 겁니다.
마침내 당신이 나의 뇌에 불을 지르면,
그 때는 내 피가 흘러 당신을 실어 나르렵니다.
- 내 눈을 감기세요(Lösch mir die Augen aus)
누구냐, 나 울부짖은들, 천사의 대열에서 그 누가
내 울음에 귀 기울여준단 말이냐? 심지어 그중 한 천사가
순간 나를 가슴에 품더라도, 보다 강한 존재로 인하여
나 사라질 것이다.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가까스로 견뎌내는
저 끔찍한 것의 시작일 따름이기에.
놀라운 점은 아름다움이 우리를 파괴하는 데 있어
냉담하다는 것이다. 모든 천사는 끔찍하다.
- 제1비가, 두이노 비가(Duineser Elegien)
주여, 때가 됐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드리우시고,
들녘에는 바람을 풀어놓아 주소서.
마지막 열매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도록 명하시고
이틀만 더 남국의 날들을 베푸시어
과일들의 완성을 재촉하시고,
진한 포도주에는 마지막 감미로움이 스미게 하소서.
지금 집이 없는 사람은 더는 집을 짓지 않습니다.
지금 혼자인 사람은 그렇게 오래도록 남아
깨어나 책을 읽고, 긴 편지를 쓸 것이며
낙엽이 흩날리는 날에는
가로수길 사이를 이리저리 불안스레 헤맬 것입니다.
- 가을날(Herbsttag)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