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문제 89제
[1~7]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 떼거리의 피란민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 소녀는 마치 ㉠처치하기 곤란한 짐짝처럼 되똑하니 남겨져 있었다.
㉡정갈한 청소부가 어쩌다가 실수로 흘린 쓰레기 같기도 했다. 하얀 수염에
붉은 털옷을 입고 주로 굴뚝을 드나든다는 ㉢서양의 어느 뚱뚱보 할아버지가 간밤에 도둑처럼 살그머니 남기고 간 선물
같기도 했다. 아무튼 소녀는 우리 마을 우리 또래의 아이들에게 어느 날 아침
갑자기 발견되었다. 선물치고는 무척이나 지저분하고 망측스러웠다. 미처 ㉣세수도 하지 못한 때꼽재기
우리들 눈에 비친 그 애의 모습은 ㉤거의 거지나 다름없을 정도였다. 우리들
역시 그다지 깨끗한 편이 못 되는데도 그랬다. [중략] 어느 마을이나 다 사정이
비슷했지만 특히 우리 마을로 유난히 피란민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만경강 다리
때문이었다. 북쪽에서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자연 우리 마을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세상에서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에 의해
아깝게 끊어진 뒤에도 피란민들은 거룻배를 이용하여 계속 내려왔다.
(나) 어른들은
피란민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들어 보는 별의별 이상한 사투리를
쓰는 그들이 사랑방이나 헛간이나 혹은 마을 정자에서 묵다 떠나고 나면 으레 집
안에서 없어지는 물건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굶주린 어린애를 앞세워 식량을
애원하는 그들 때문에 어른들은 골머리를 앓곤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뒤주 속에 쌀바가지를 넣었다 꺼내는 어머니의 인심이 날로 얄팍해져 갔다.
그러나 우리 어린애들은 전혀 달랐다. 어른들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누나와 나는
피란민들을 마냥 부러워하고 있었다. 세상의 저쪽 끝에서 와서 다른 저쪽 끝까지
가려는 사람들 같았다. [중략] / 다 늦게 피란을 떠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더구나 여느 피란민의 물결을 거슬러 북쪽을 향해서 먼 길을 가는 사람은
우리들뿐이었다. 고모네가 살고 있는 마을은 북쪽 산골이었다. 거기 말고는 달리
피란 갈 만한 데가 없었다.
(다) “아줌마, 안녕하세요?” 녀석은 천연덕스럽게
인사를 챙겼다. “아아니, 요 작것이!” 어머니가 소맷부리를 걷으며 단숨에 마당으로
내달아 나왔다. 참외 서리나 하고 다니는 피란민 아이한테 어머니가 이제 곧 본 때
있게 손찌검을 하려나 보다고 나는 지레짐작을 했다. 그런데 웬걸, 어머니는 녀석
대신 내 귀를 잡아끌고는 뒤란으로 향하는 것이었다. “요 웬수야, 지 발로 들어와도
냉큼 쫓아내야 헐 놈을 어쩌자고, 어쩌자고…….” [중략] “아침상 퍼얼써 다 치웠다.
따른 집에나 가 봐라.” 어머니는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다. “사나새끼가 똑
지집맹키로 야들야들허게 생긴 것이 영략없는 물빤드기고만…….” 혼잣말을
구시렁거리며 어머니는 한껏 야멸찬 표정을 하고 도로 부엌으로 들어가려 했다.
(라) “아가, 너 요런 것 어디서 났냐?” 옷고름의 실밥을 뜯어 그 속에 얼른
금반지를 넣고 웅숭깊은 저 밑바닥까지 확실히 닿도록 두어 번 흔들고 나서
어머니는 서울 아이한테 물었다. 놀랍게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서울 아이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간드러지게 들렸다. “땅바닥에서 주웠어요. 숙부네가 떠난 담에 그 자리에
가 봤더니 글쎄 요게 떨어져 있잖아요.” 녀석이 이젠 아주 의기양양한 태도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어머니는 별로 귀담아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연신 싱글벙글 웃어 가며 녀석의 잔등을 요란스레 토닥거리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마) 인민군한테 발뒤꿈치를 밟혀 가며 피란을 내려왔던 명선네 친척들은
역시 인민군보다 한 걸음 앞서 부랴사랴 우리 마을을 떠나면서 명선이를 버리고
갔다. [중략] 애당초 명선이를 머슴으로 부리려던 어른들의 생각은 큰 잘못이었다.
세상의 어떤 끈으로도 그 애를 한곳에 얌전히 붙들어 둘 수 없음이 이내 밝혀졌다.
쇠여물로 쓸 꼴이라도 베어 오라고 낫과 망태기를 쥐여 주면 그걸 그 애는 아무
데나 내버리고 누나와 내 뒤를 기를 쓰고 쫓아오곤 했다.
(바) 아무리 달래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자, 아버지는 마침내 화를 버럭 내면서 명선이의 몸뚱이를
뒤지려 했다. 아버지의 손이 옷에 닿기 전에 명선이는 미꾸라지같이 안방을
빠져나가 자취를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끝내 우리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틀림없다. 몇 개나 되는지는 몰라도 더 있을 게다. 어디다 감췄는지 니가 살살
알아봐라. 혼자서 어딜 가거든 눈치 안 채게 따러가 봐라.”
(사) 그날도 나는
명선이와 함께 부서진 다리에 가서 놀고 있었다. [중략]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 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1.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소녀의 비극적 삶을 통해 전쟁의 잔혹함을 드러내고 있다.
② 인물과 인물 사이의 외적 갈등이 두드러지게 드러나 있다.
③ 부정적 인물의 모습을 희화화함으로써 부조리한 사회를 풍자하고 있다.
④ 순진한 어린아이의 시선을 통해 이기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부각하고 있다.
⑤ 6·25 전쟁이 한창인 한여름, 만경강 근처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다.
2. ㉠~㉤ 중 가리키는 대상이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3. 이 글의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시대적 배경이 드러나는 말을 사용하고 있다.
② 이야기 속에 또 다른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③ 어른이 된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회상하고 있다.
④ 비현실적인 배경을 설정하여 동화적인 느낌을 준다.
⑤ 사투리와 비속어를 사용하여 현장감을 낮추고 있다.
4.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이 아닌 것은?
① '나'의 마을에는 피란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② 피란민들은 전쟁을 피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동했다.
③ 마을 어른들은 아이들과 달리 피란민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④ '나'는 피란민들의 행렬을 따라 고모네 집으로 피란을 갔다.
⑤ '나'와 '누나'는 자유롭게 떠돌아다니는 피란민을 부러워했다.
5. (다)~(라)에서 명선이를 대하는 어머니의 태도 변화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처음에는 반갑게 맞아주었으나, 금반지를 주웠다고 하자 갑자기 차갑게
대하였다.
② 처음에는 쫓아내려고 차갑고 야멸찬 태도를 보였으나, 명선이가 금반지를 주자
태도가 돌변하여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하게 되었는데, 이는 금반지를 받고 나서
명선이를 달갑게 여기게 되었기 때문이다.
③ 처음부터 끝까지 명선이를 경계하고 차갑게 대하는 태도에 변화가 없었다.
④ 처음에는 차갑게 대했지만,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신뢰하고 따뜻하게 대하게
되었다.
⑤ 차갑게 대하던 태도가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부드러워지고 친절해졌다.
6. 명선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현실에 대한 적응력이 부족한 편이군.
② 피란길에 우연히 가족들과 헤어지게 되었군.
③ '나'의 집에서 집안일을 도우며 함께 살게 되었군.
④ 당돌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능청스러운 면이 있군.
⑤ 생김새에서 어딘지 모르게 거칠고 험한 느낌을 풍기는군.
7. 이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당시의 사회·문화적 상황으로 알맞은 것은?
① 근대화로 인해 농촌 공동체가 해체되기 시작했다.
② 물질적 가치보다는 정신적 가치를 우선시하게 되었다.
③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끊고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 많았다.
④ 전쟁 중에 식량이 부족해져서 먹고살기가 힘들고 인심이 야박해졌다.
⑤ 농촌 사회의 구조적 모순으로 인해 계층 간의 갈등이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8~1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버지의 호통 소리에 명선이는 비죽비죽 울기 시작했다. 우는 명선이를
아버지는 또 부드러운 말로 달래기 시작했다.
“말은 안 혔어도 너를 친자식 ⓐ진배없이 생각혀 왔다. 너 같은 어린것이
그런 물건을 갖고 있으면은 덜 좋은 법이다. 이아저씨가 잘 맡어 놨다가 ⓑ후제
크면 줄 테니께 어따 숨겼는지 바른대로 대거라.”
아무리 달래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자, 아버지는 마침내 화를 버럭 내면서 명선이의
몸뚱이를 뒤지려 했다. 아버지의 손이 옷에 닿기 전에 명선이는 미꾸라지같이
안방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끝내 우리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틀림없다. 몇 개나 되는지는 몰라도 더 있을 게다. 어디다 감췄는지 니가 살살
알아봐라. 혼자서 어딜 가거든 눈치 안 채게 따러가 봐라.”
입맛을 쩝쩝 다시던 아버지는 나한테 이렇게 분부했다.
(나) “요, 요것이, ㉠개패같이 달린 요것이 뭣이디야!”
명선이의 하얀 가슴께를 들여다보며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곁에 있던 아버지가
얼른 그것을 가리려는 명선이의 손을 뿌리치고 뚝 잡아챘다. 줄에 매달린 이름표
같은 것이었다. 아직도 한 줌의 빛살이 ⓒ옹색하게 남아 있는 서쪽 하늘에
대고 거기에 적힌 글씨를 읽은 다음, 아버지는 마치 무슨 보물섬의 지도나 되듯
소중스레 바지춤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향해 돌아서면서 눈을 딱
부릅떠 엄포를 놓는 것이었다.
“나허고 원수 척질 생각 아니면 앞으로 야한티 터럭손 하나 건딜지 마시요.!”
[중략] / “뭐라고 썼습디여?”
“자기네가 혹 난리 바람에 무슨 일이라도 당허게 되면 무남독녀 혈육을 잘
부탁헌다고, 저승에 가서도 그 은혜는 잊지 않겄다고, 서울 어디 사는 누네 딸이고,
본관이 어디고, 생일이 언제라고…….”
(다) 그날도 나는 명선이와 함께 부서진 다리에 가서 놀고 있었다. 예의 그
위험천만한 곡예 장난을 명선이는 한창 즐기는 중이었다. 콘크리트 부위를 벗어나
그 애가 앙상한 철근을 타고 거미줄처럼 지옥의 가장귀를 향해 조마조마하게 건너갈
때였다. 이때 우리들 머리 위의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굉장한 폭음이 귀뺨을
갈기는 기세로 갑자기 울렸다. 푸른 하늘 바탕을 질러 하얗게 호주기 편대가 떠가고
있었다.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 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라) 명선이가 들꽃이 되어 사라진 후, 어느 날 한적한 오후에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모험을 혼자서 시도해 보았다. 겁쟁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의외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었다. 나는 눈에
띄는 그 즉시 거대한 팽이로 둔갑해 버리는 까마득한 강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생땀을 흘렸다. 엿가락으로 흘러내리다가 가로지르는 선에 얹혀 다시 오르막을 타는
녹슨 철근의 우툴두툴한 표면만을 무섭게 응시하면서 한 뼘 한 뼘 신중히 건너갔다.
철근의 끝에 가까이 갈수록 강바람을 맞는 몸뚱이가 사정없이 까불렀다. 그러나
나는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그 일을 해내고 말았다. 이젠 어느 누구도,
제아무리 쥐바라숭꽃일지라도 나를 비웃을 수는 없게 되었다.
(마) 지옥의 가장귀를 타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이때 이상한 물건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바늘 모양으로 꼬부라진 철근의
끝자락에다 끈으로 친친 동여맨 자그만 헝겊 주머니였다. 명선이가 들꽃을 꺾던
때보다 더 위태로운 동작으로 나는 주머니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 가슴을 잡죄는
긴장 때문에 주머니를 열어 보는 내 손이 무섭게 ⓔ경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속에서 말갛게 빛을 발하는 동그라미 몇 개를 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물건을 송두리째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8. '명선'에 대한 아버지의 심리 상태를 바르게 추측한 것은?
① 명선이에게 금반지가 더 없다니 아쉽군.
② 명선이가 나를 신뢰하지 않다니 서운하군.
③ 명선이의 사치스러운 버릇을 고쳐 주어야겠군.
④ 다른 어른들로부터 명선이를 보호해 주어야겠군.
⑤ 명선이의 금반지를 빼앗아서 내가 차지해야겠군.
9. ㉠에 적힌 내용을 바르게 추측한 사람은?
① 정민: 금반지가 보관된 장소를 알려 주는 내용일 거야.
② 나영: 명선이 가족의 행방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을 거야.
③ 혜원: 명선이를 잘 부탁하면서 그에 걸맞게 보답하겠다는 내용일 거야.
④ 예지: 명선이가 금반지를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다는 내용일 거야.
⑤ 승호: 명선이가 사실은 버려진 아이가 아니라 스스로 도망친 아이라는 내용일
거야.
10. 이 글을 감상한 학생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명선이가 들꽃이 되어 사라졌다는 것은 명선이의 죽음을 의미하는구나.
② '나'가 명선이가 죽기 전에 금반지를 숨긴 장소를 미리 알고 있었구나.
③ 명선이는 금반지를 어른들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일부러 위험한 곳에 숨겨
놓았구나.
④ '나'는 스스로 겁쟁이가 되고 싶지 않아 끊어진 다리 끝까지 건너가는 모험을
시도한 것이구나.
⑤ 명선이가 죽은 직접적 원인은 비행기의 폭음이지만 근본적 원인은 어른들의
탐욕이라고 볼 수 있겠구나.
11. 다음 ⓐ∼ⓔ의 의미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 그보다 못하거나 다를 것이 없이.
② ⓑ: 뒷날의 어느 때.
③ ⓒ: 크기나 수량 등이 기준에 차고도 남음이 있다.
④ ⓓ: 온갖 어려운 고비를 다 겪으며 심하게 고생함.
⑤ ⓔ: 풍으로 인해 갑자기 의식을 잃고 경련하는 병증.
12. 이 글에 드러난 작품의 창작 의도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전쟁이 발발하게 된 근본적인 원인과 배경을 밝히기 위해
② 피란민들의 힘겨운 생활상과 이산의 아픔을 알리기 위해
③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도 드러나는 인간의 탐욕과 순수함을 대비시켜,
전쟁이 가져온 비인간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소중한 것의 의미를
드러내기 위해
④ 전쟁으로 인해 물질이 부족한 상황에서 금반지 같은 귀중품의 소중함을
강조하기 위해
⑤ 전쟁 통에 어른들이 보인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모습을 비판하기 위해
[13~1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느 마을이나 다 사정이 비슷했지만 특히 우리 마을로 유난히 피란민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만경강 다리 때문이었다. 북쪽에서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자연 우리 마을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세상에서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에 의해 아깝게 끊어진 뒤에도 피란민들은
거룻배를 이용하여 계속 내려왔다. 어른들은 피란민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중략] 그러나 우리 어린애들은 전혀 달랐다. 어른들 마음과는 아무 상관없이
누나와 나는 피란민들을 마냥 부러워하고 있었다. 세상의 저쪽 끝에서 와서 다른
저쪽 끝까지 가려는 사람들 같았다.
(나) 간단한 옷 보따리를 챙겨 누나와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피란길을 떠났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피란인지라 누나와
나는 소풍이라도 떠나는 즐거운 기분이었다. 한길엔 한여름 햇볕만이 쨍쨍할 뿐
강아지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소리개 한 마리가 멀리 보이는 길가
공동묘지 위에 높이 떠 마치 하늘에다 못으로 고정시켜 놓은 박제의 표본인 양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다) 갑자기 누나가 노래를 뚝 그쳤다. 그때 한길
저쪽 멀리에서 뿌연 먼지구름을 끌면서 달려오는 오토바이를 나는 보았다. [중략]
난생처음 인민군하고 맞닥뜨리는 순간이었다. 몸체 옆구리에 행랑채까지 딸린
괴상한 모양의 오토바이들이 지나간 다음에도 우리는 한동안 손과 손을 맞잡은 채
부들부들 떨면서 한길 복판에 오도카니 서 있었다. “이불 밑에 이 잡어먹고…….”
누나의 입에서 간신히 이런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그것은 이미 노래가 아니었다.
누나는 얼이 쑥 빠진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송장 밑에 피 빨아 먹고…….” 그러자
할머니의 손바닥이 냉큼 누나의 입을 틀어막았다. ㉠잔뜩 부르쥔 누나의 주먹이 스르르 풀리면서 형편없이 짓눌린 아카시아 잎이
땅으로 떨어졌다.
(라) 어머니는 다시 군밤을 먹이려다 뒤란까지 따라온 서울 아이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 “아침상 퍼얼써 다 치웠다. 따른 집에나 가 봐라.” 어머니는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다. [중략] “아가, 너 요런 것 어디서 났냐?” 옷고름의 실밥을
뜯어 그 속에 얼른 금반지를 넣고 웅숭깊은 저 밑바닥까지 확실히 닿도록 두어 번
흔들고 나서 어머니는 서울 아이한테 물었다. 놀랍게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서울
아이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간드러지게 들렸다. “땅바닥에서 주웠어요. 숙부네가 떠난
담에 그 자리에 가 봤더니 글쎄 요게 떨어져 있잖아요.” 녀석이 이젠 아주
의기양양한 태도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어머니는 별로 귀담아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연신 싱글벙글 웃어 가며 녀석의 잔등을 요란스레 토닥거리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아가, 요 담번에 또 요런 것 생기거들랑 다른 누구 말고
꼬옥 이 아줌니한테 가져와야 된다. 알었냐?”
13.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 간의 외적 갈등이 해소되며 글이 마무리된다.
② 사투리를 사용하여 현장감과 토속적 분위기를 드러낸다.
③ 어른들은 피란민이 마을에 머물다 가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④ 6·25 전쟁이 한창인 때 만경강 근처의 어느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전후
소설이다.
⑤ 작품 속 인물이 주인공과 그를 둘러싼 세계를 관찰하여 서술하는 1인칭 관찰자
시점의 단편 소설이다.
14. (가)~(다)에 나타난 '나'와 누나의 심리 변화로 적절한 것은?
① 부러움 → 공포 → 안도
② 부러움 → 즐거움 → 두려움
③ 즐거움 → 흥분 → 공포
④ 즐거움 → 두려움 → 안도
⑤ 흥분 → 즐거움 → 두려움
15. ㉠에 드러난 인물의 심리 제시 방법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독자가 풍부한 상상력을 발휘하기가 어렵다.
② 서술자가 직접적으로 인물의 특성에 대하여 해석한다.
③ 독자가 등장인물의 성격이나 생각을 파악하기가 용이하다.
④ 독자가 등장인물의 행동이나 대사를 바탕으로 인물의 심리를 짐작하도록 한다.
⑤ 독자는 서술자에 의해 제시된 내용만으로 인물을 파악하게 되므로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16. 이 글의 서술자를 '나'로 설정하여 얻은 효과로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의 심리를 파악하지 못하는 어리숙한 '나'의 서술을 통해 웃음을
자아낸다.
② 순수한 '나'의 행동을 통해 전쟁으로 인한 비극을 극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제시하고 있다.
③ 명선이에 대한 '나'의 관찰을 통해 전쟁 상황에서 탐욕스럽게 변해 가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드러낸다.
④ 순진한 어린아이인 '나'의 시선을 통해 이기적이고 탐욕스럽게 변해 가는
어른들의 모습을 잘 드러낸다.
⑤ 전쟁으로 인한 고통과 소외를 직접 겪은 '나'의 말을 통해 당대 사회의 비참한
현실을 분석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17~20]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아니, 너, 고거 금가락지 아니냐!”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금반지는
어느새 어머니의 손에 건너가 있었다. [중략] 옷고름의 실밥을 뜯어 그 속에 얼른
금반지를 넣고 웅숭깊은 저 밑바닥까지 확실히 닿도록 두어 번 흔들고 나서
어머니는 서울 아이한테 물었다. 놀랍게도 어머니의 목소리는 서울 아이의 그것보다
훨씬 더 간드러지게 들렸다. “땅바닥에서 주웠어요. 숙부네가 떠난 담에 그 자리에
가 봤더니 글쎄 요게 떨어져 있잖아요.” 녀석이 이젠 아주 의기양양한 태도로
당당하게 대답했다. 그 말을 어머니는 별로 귀담아듣는 기색이 아니었다. 어머니는
연신 싱글벙글 웃어 가며 녀석의 잔등을 요란스레 토닥거리고 쓰다듬어 주는
것이었다.
(나) 이런 ⓐ곡절 끝에 명선이는 우리 집에서 살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마을에 남게 된 유일한 피란민이었다. 인민군한테 발뒤꿈치를 밟혀 가며 피란을
내려왔던 명선네 친척들은 역시 인민군보다 한 걸음 앞서 부랴사랴 우리 마을을
떠나면서 명선이를 버리고 갔다. 그래서 명선이는 피란민 일가가 묵다가 떠난
자리에서 동네 사람들에 의해 하나의 골치 아픈 ⓑ뒤퉁거리로 발견되었다. [중략]
그리고 명선이는 숙부네가 저를 버리고 도망치던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실은
말이지, 숙부가 날 몰래 내버리고 도망친 게 아니라 내가 숙부한테서 도망친 거야.
숙부는 기회가 있으면 날 죽일라구 그랬거든.” 숙부가 널 죽이려 한 이유가 뭐냐는
내 질문에 그 애는 무심코 대답하려다 말고 갑자기 입을 꾹 다물더니만 언제까지고
나를 경계하는 눈으로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다) 아무리 달래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자, 아버지는 마침내 화를 버럭 내면서 명선이의 몸뚱이를 뒤지려 했다. 아버지의
손이 옷에 닿기 전에 명선이는 미꾸라지같이 안방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끝내 우리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중략] “뭐라고
썼습디여?” “자기네가 혹 난리 바람에 무슨 일이라도 당허게 되면 무남독녀 혈육을
잘 부탁헌다고, 저승에 가서도 그 은혜는 잊지 않겄다고, 서울 어디 사는 누네
딸이고, 본관(本貫)이 어디고, 생일이 언제라고…….” “가락지 말은 안 썼어라우?” /
“안 썼어.” 아버지는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버지는 ⓒ득의연한
미소와 함께 어머니한테 나직이 속삭이고 있었다. “금가락지 말은 없어도 저 먹을
건 다소 딸려 놨다고 써 있어. 사연이 복잡헌 부잣집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라)
“꽃 이름이 뭔지 아니?” / 난생처음 보는 듯한, 해바라기를 축소해 놓은 모양의
동전만 한 들꽃이었다. “쥐바라숭꽃…….”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거라면 명선이는 내가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쥐바라숭이란 이
세상엔 없는 꽃 이름이었다. 엉겁결에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어낼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어리벙벙할 지경이었다. “쥐바라숭꽃…… 이름처럼 정말 이쁜 꽃이구나. 참
앙증맞게두 생겼다.”
(마) 그날도 나는 명선이와 함께 부서진 다리에 가서 놀고
있었다. 예의 그 위험천만한 곡예 장난을 명선이는 한창 즐기는 중이었다. [중략]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 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바) 지옥의 가장귀를 타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이때 이상한 물건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바늘 모양으로
꼬부라진 철근의 끝자락에다 끈으로 친친 동여맨 자그만 헝겊 주머니였다. 명선이가
들꽃을 꺾던 때보다 더 위태로운 동작으로 나는 주머니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
가슴을 잡죄는 긴장 때문에 주머니를 열어 보는 내 손이 무섭게 ⓔ경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속에서 말갛게 빛을 발하는 동그라미 몇 개를 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물건을 송두리째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17. 명선이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피란을 가던 중에 마을에 혼자 남게 되었다.
② 금반지를 주고 '나'의 집에 살게 되었다.
③ 금반지의 출처를 묻는 아버지의 추궁을 피해 집을 나갔다.
④ 다리에서 놀다가 비행기 폭음에 놀라 다리 아래로 떨어진다.
⑤ 숙부가 자신을 죽이려고 한 이유를 '나'에게 솔직하게 말한다.
18. 이 글의 사회·문화적 상황과 관련이 없는 것은?
① 여자아이인 명선이가 사내아이인 것처럼 행동했다.
② '나'는 명선이 앞에서 들꽃의 이름을 거짓으로 지어낸다.
③ 마을 사람들의 인심이 점점 야박해지고 이기적으로 변했다.
④ 피란을 다니면서 동냥이나 도둑질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⑤ '나'의 부모님이 명선이의 금반지를 빼앗으려는 탐욕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19. 명선이가 금반지를 끊어진 다리 끝자락에 숨긴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나중에 '나'에게 놀려 주기 위해 반지를 숨겨 둔 것이다.
② 금반지는 명선이에게 부모와 집안을 잇는 유일한 증표이자 고향에 대한
희망이었기 때문에, 어른들에게 빼앗기지 않도록 숨긴 것이다.
③ 피란 생활이 길어지고 다리에서 놀 때마다 휴대하기 불편하기 때문에 숨긴
것이다.
④ 훗날 숙부를 만났을 때 돌려주기 위해 안전한 곳에 숨겨 둔 것이다.
⑤ 폭격으로 집이 파괴되는 상황에서 다리가 가장 안전한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 ⓐ~ⓔ의 의미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순조롭지 않게 얽힌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이나 까닭.
② ⓑ: 미련하거나 찬찬하지 못하여 일을 잘 저지르는 사람.
③ ⓒ: 몹시 우쭐해 있다.
④ ⓓ: 강의 한복판, 또는 그 물속.
⑤ ⓔ: 크게 느끼어 마음이 움직임.
[21~2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포성과 포성의 사이사이를 뚫고 피란민의 행렬(行列)이 줄지어 밀어닥쳤고,
마을에서 잠시 머물며 노독(路毒)을 푸는 동안에 그들은 옷가지나 금붙이 따위의
물건을 식량하고 바꾸었다. 바꿀 만한 물건이 없는 사람들은 동냥을 하거나
훔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꽁무니에 포성을 매단 채 새롭게
밀어닥치면, 먼저 왔던 사람들은 들어올 당시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살림살이를
이고 지고 다시 홀연히 길을 떠났다.
나 아버지한테서 마침내 피란을 가도 좋다는 말이 떨어진 것은 만경강 다리가
무시무시한 ㉡폭격으로 허리를 잘리고 난 그 이튿날이었다. 아직은 제법 멀찌막
이서 노는 줄만 알았던 ㉢전쟁이란 놈이 어느새 어깨동무라도 하려는 기세로 바투
다가와 있었으므로 우리 마을도 이젠 안심할 수가 없게 되었다.
다 “아아니, 너, 고거 금가락지 아니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금반지는 어느새
어머니의 손에 건너가 있었다. 솔개가 병아리를 채듯이 서울 아이의 손에서
금반지를 낚아채어 어머니는 한참을 칩떠보고 내립떠보는가 하면, 혓바닥으로 침을
묻혀 ㉣무명 저고리 앞섶에 싹싹 문질러 보다가 나중에는 이빨로 깨물어 보기까지
했다. 마침내 어머니의 얼굴에 만족스런 미소가 떠올랐다.
라 명선이는 누나나 나하고 같은 방 쓰기를 바라는 눈치였다. 그러나 어머니는 먼촌
일가로 어린 나이에 우리 집에 와서 말만 한 처녀가 되기까지 ㉤부엌데기 노릇 하는
정님이한테 명선이를 내맡겨 버렸다. 당분간 집에서 머슴처럼 부리면서 제 밥값이나
하도록 하자고 어머니와 아버지가 공론하는 소리를 나는 밤중에 얼핏 들을 수
있었다.
마 그리고 명선이는 숙부네가 저를 버리고 도망치던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실은 말이지, 숙부가 날 몰래 내버리고 도망친 게 아니라 내가 숙부한테서 도망친
거야. 숙부는 기회만 있으면 날 죽일라구 그랬거든.” 숙부가 널
죽이려 한 이유가 뭐냐는 내 질문에 그 애는 무심코 대답하려다 말고 갑자기 입을
꾹 다물더니만, 언제까지고 나를 경계하는 눈으로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21. 사회·문화적 상황을 고려하여 이 글을 감상하는 방법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작품에 반영된 사회·문화적 상황에 대해 조사해 본다.
② 사회·문화적 상황이 드러나는 인물의 생각과 행동을 찾아본다.
③ 자신이라면 작품 속 인물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행동을 할지 상상해 본다.
④ 사회·문화적 상황이 인물의 행동과 사고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해
본다.
⑤ 정확하고 분명한 근거를 바탕으로 작품에 드러난 사회·문화적 상황을 비판해
본다.
22. (가)를 통해 짐작할 수 있는 피란민들의 삶으로 알맞은 것은?
① 안전을 위해 인민군의 뒤를 따라다녔을 것이다.
② 식량과 물자를 항상 넉넉하게 가지고 다녔을 것이다.
③ 비슷한 처지의 낯선 사람들과 끈끈한 정을 나누었을 것이다.
④ 전쟁을 피해 이리저리 이동하면서 불안정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⑤ 힘겨운 상황에서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양심을 지키려 노력했을 것이다.
23. ㉠~㉤에서 이 글의 시대적 배경을 나타내는 말을 골라 바르게 묶은 것은?
① ㉠, ㉡, ㉢
② ㉠, ㉢, ㉤
③ ㉡, ㉢, ㉣
④ ㉡, ㉣, ㉤
⑤ ㉢, ㉣, ㉤
24. (다)~(마)에 나타난 어른들의 모습을 나머지와 다른 관점에서 평가한 것은?
① ‘나’의 부모는 명선이를 너무 비인간적으로 대하고 있어.
② 하나같이 남을 돕고 살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군.
③ 금반지를 받고 좋아하는 어머니는 참 탐욕스러운 사람이야.
④ 금반지에 눈이 멀어 친조카를 죽이려고 한 명선이의 숙부는 정말 잔인한
사람이야.
⑤ 전쟁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의 부모도 이기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을 거야.
[25~2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갈수록 밥 얻어먹는 설움이 심해지자, 하루는 또 명선이가 ㉠금반지 하나를
슬그머니 내밀어 왔다. 먼젓번 것보다 약간 굵어 보였다. 찬찬히 살피고 나더니
어머니는 한 돈하고도 반짜리라고 조심스럽게 감정을 내렸다.
나 “거짓말이 아니라구요. 참말이라구요. 길에서 놀다가…….” “너 이놈, 바른대로
대지 못허까!” 아버지의 호통 소리에 명선이는 비죽비죽 울기 시작했다. 우는
명선이를 아버지는 또 부드러운 말로 달래기 시작했다. “말은 안 혔어도 너를
친자식 진배없이 생각혀 왔다. 너 같은 어린것이 그런 물건을 갖고 있으면 덜 좋은
법이다. 이 아저씨가 잘 맡아 놨다가 후제 크면 줄 테니께 얻다 숨겼는지 바른대로
대거라.”
다 이 나무 저 나무 옮아 다니는 매미처럼 당산 숲 속을 팔모로 헤집고 다니며
거듭거듭 내지르는 비명 소리를 듣고서 맨 처음 달려간 사람들 축에 아버지도 끼여
있었다. “너그 놈들이 누구누군지 내 다 안다아! 어디 사는 누군지 내 다 봐
뒀으니께 날만 샜다 허면 물고(物故)를 낼 것이다아!” 해뜩해뜩 뒷모습을 보이며
당산 골짜기 어둠 속으로 꽁지가 빠지게 달아나는 남자들을 향해 아버지는 길길이
뛰며 입에 거품을 물었다.
라 오로지 명선이 혼자만이 얼키설키 허공을 건너지른 엿가락 같은 철근에 위태롭게
매달려, 세차게 불어대는 강바람에 누나한테 얻어 입은 치맛자락을 펄렁거리며
끝까지 다 건너가서 지옥의 저쪽 가장자리에 날름 올라앉아 귀신인 양 이쪽을 보고
낄낄거리는 것이었다.
마 그날도 나는 명선이와 함께 부서진 다리에 가서 놀고 있었다. 예의 그
위험천만한 곡예 장난을 명선이는 한창 즐기는 중이었다. 콘크리트 부위를 벗어나
그 애가 앙상한 철근을 타고 거미처럼 지옥의 가장귀를 향해 조마조마하게 건너갈
때였다. (중략)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하였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25.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과거의 사건을 회상하는 형식으로 서술하고 있다.
② 사투리와 비속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③ 생생한 구어체 문장을 사용하여 친근한 느낌을 주고 있다.
④ 말과 행동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간접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⑤ 서술자를 순진한 어린아이로 설정하여 어른들의 부정적인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26. 이 글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상황이 등장인물에게 미친 영향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나’:주위 사람들과 더욱 스스럼없이 지내게 되었다.
② 어머니:인간보다 물질에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③ 아버지: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위선적인 말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게
되었다.
④ 명선이:절박한 상황에서 홀로 살아남기 위해 어린아이답지 않게 영악하고
대범해졌다.
⑤ 마을 남자들:강제로 남의 물건을 빼앗으려 하는 비인간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게 되었다.
27. ㉠의 기능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어른들의 탐욕스러움을 드러낸다.
② ‘나’의 부모와 명선이의 갈등을 유발한다.
③ 금반지가 더 있을 것이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④ 명선이가 어른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사용한 수단이다.
⑤ 극한 상황을 살아가는 명선이의 강인한 생명력을 상징한다.
28. 이 글의 글쓴이가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바르게 파악한 것은?
① 암울한 현실 극복의 의지
②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
③ 남북의 대립과 갈등에 대한 비판
④ 우리 민족의 강인한 생명력과 끈기
⑤ 전쟁이 남긴 이산가족의 처절한 고통
[29~3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심심할 때마다 명선이는 나를 끌고 끊어진 만경강 다리로 놀러 가곤 했다.
계집애답지 않게 배짱도 여간이 아니어서, 그 애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위험천만한 곡예를 부서진 다리 위에서 예사로 벌여 우리의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드는 것이었다.
나 “야아, 저게 무슨 ㉠꽃이지?” 그런데 그 애는 놀림 대신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를 질렀다. 말 타듯이 철근 뭉치에 올라앉아서 그 애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거대한 교각(橋脚) 바로 위, 무너져 내리다 만 콘크리트 더미에
이전에 보이지 않던 꽃송이 하나가 피어 있었다. 바람을 타고 온 꽃씨 한 알이 교각
위에 두껍게 쌓인 먼지 속에 어느새 뿌리를 내린 모양이었다.
다 “쥐바라숭꽃…….”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거라면 명선이는
내가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쥐바라숭이란 이 세상엔 없는 꽃
이름이었다. 엉겁결에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어낼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어리벙벙할 지경이었다.
라 또 한바탕 위험한 곡예 끝에 그 애는 기어코 그 쥐바라숭꽃을 꺾어 올려 손에
들고는 냄새를 맡아 보다가 손바닥 사이에 넣어 대궁을 비벼서 양산처럼 팽글팽글
돌리다가 끝내는 머리에 꽂는 것이었다. 다시 이쪽으로 건너오려는데, 이때 바람이
휙 불어 명선이의 치맛자락이 훌렁 들리면서 머리에서 꽃이 떨어졌다. 나는
해바라기 모양의 그 작고 노란 쥐바라숭꽃 한 송이가 바람에 날려, 싯누런 흙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강심을 향해 바람개비처럼 맴돌며 떨어져 내리는 모양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지켜보고 있었다.
마 지옥의 가장귀를 타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그때
이상한 물건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바늘 모양으로 꼬부라진 철근의
끝자락에다 천으로 친친 동여맨 자그만 헝겊 주머니였다. 명선이가 들꽃을 꺾던
때보다 더 위태로운 동작으로 나는 주머니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 가슴을 쥐어짜는
긴장 때문에 주머니를 열어 보는 내 손이 무섭게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속에서 말갛게 빛을 발하는 동그라미 몇 개를 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물건을 송두리째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29. 이 글에 대한 감상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끊어진 만경강 다리는 전쟁의 파괴적인 속성과 비참함을 잘 보여 주고 있어.
② 무너지다 만 콘크리트 더미와 그 속에 피어 있는 꽃송이 하나가 대조적인
느낌을 주는군.
③ ‘나’가 쥐바라숭이란 꽃 이름을 지어낸 이유는 명선이의 기대를 저버릴 수
없었기 때문이야.
④ ‘나’는 명선이의 가엾은 영혼을 위로해 주기 위해 일부러 금반지 주머니를
강물에 떨어뜨렸어.
⑤ 명선이가 만경강 다리에 자주 놀러간 것은 결국 금반지 주머니가 잘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군.
30. 이 글을 통해 알 수 있는 명선이의 성격으로 알맞은 것은?
① 순진하고 어수룩하다.
② 지혜로우나 이기적이다.
③ 천진난만하고 고집이 세다.
④ 내성적이고 감수성이 풍부하다.
⑤ 대범하나 여성스러운 면도 있다.
31. (가)~(마) 중, 다음의 ⓐ와 유사한 기능을 하는 내용이 나타나 있는 것은?
<소녀가 속삭이듯이, 이리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괜찮다고 했다. 소녀가
다시, 들어와 앉으라고 했다. 할 수 없이 뒷걸음질을 쳤다. 그 바람에, ⓐ소녀가
안고 있는 꽃묶음이 망그러졌다. 그러나 소녀는 상관없다고 생각했다. -황순원,
‘소나기’>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32. ㉠에 대한 설명으로 알맞지 않은 것은?
① 서정적인 분위기를 조성한다.
② 전쟁 속에서 홀로 살아가는 명선이를 상징한다.
③ ‘나’가 명선이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계기가 된다.
④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살아남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여 준다.
⑤ 힘겨운 상황을 견디다가 떠난 전쟁 당시 우리 민족의 삶 자체를 상징한다.
[33~3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 떼거리의 피란민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 소녀는 마치 처치하기 곤란한
짐짝처럼 되똑하니 남겨져 있었다. 정갈한 청소부가 어쩌다가 실수로 흘린 쓰레기
같기도 했다. 하얀 수염에 붉은 털옷을 입고 주로 굴뚝으로 드나든다는 서양의 어느
뚱뚱보 할아버지가 간밤에 도둑처럼 살그머니 남기고 간 선물 같기도 했다.
(나) ㉠어른들은 피란민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별의별
이상한 사투리를 쓰는 그들이 사랑방이나 헛간이나 혹은 마을 정자에서 묵다 떠나고
나면 으레 집 안에서 없어지는 물건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굶주린 어린애를 앞세워
식량을 애원하는 그들 때문에 어른들은 골머리를 앓곤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뒤주 속에 쌀바가지를 넣었다 꺼내는 어머니의 인심이 날로 얄팍해져
갔다.
(다) 생판 모르는 녀석이 간드러진 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주제꼴은
꾀죄죄해도 곱살스러운 얼굴에 꼭 계집애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우선 생김새에서
풍기는, 어딘지 모르게 도시 아이다운 냄새가 나를 당황하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사람을 부르는 방식부터가 우리하고는 딴판이었다. 그처럼 교과서에서나 보던 서울
말씨로 나를 부르는 아이는 아직껏 마을에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라) “엊저녁부터 굶었더니 배고파 죽겠다. 엄마한테 가서 밥 좀 달래자.” ㉡오히려
녀석이 앞장을 서고 내가 그 뒤를 따랐다. 나는 녀석의 바지 주머니가 불룩한 것을
보았다. 걸음을 옮길 적마다 불룩한 주머니가 연방 덜렁거리고 있었다. 틀림없이
간밤에 누구네 밭에서 서리를 한 설익은 참외 아니면 감자가 그 속에 들어 있을
것이었다.
(마) “아줌마!” 이때 녀석이 또 예의 그 계집애처럼 간드러진 소리로 어머니를 불러
세웠다. “따른 집에나 가 보라니께!” “아줌마한테 요걸 보여 줄려구요.” 녀석은
엄지와 인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 동그라미 위에 다른 또 하나의
작은 동그라미가 노란 빛깔을 띠면서 날름 올라앉아 있었다. 뒤란 그늘 속에서도
그것은 충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걸 보더니 ㉢어머니의 눈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33.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작품 속의 인물이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② 작품 밖의 인물이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③ 작품 밖의 인물이 자신이 관찰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④ 작품 속의 여러 인물이 각각 관찰한 내용을 전달하고 있다.
⑤ 작품 밖의 인물이 다른 사람의 생각이나 심리까지 전달하고 있다.
34. (가)~(마)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가): 소녀가 홀로 남겨진 이유가 드러난다.
② (나): 전쟁으로 사람들의 인심이 나빠졌음이 드러난다.
③ (다): 녀석에게 친밀감을 느끼는 ‘나’의 모습이 드러난다.
④ (라):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녀석의 모습이 드러난다.
⑤ (마): 녀석이 계집애처럼 말하는 이유가 드러난다.
35. 이 글에서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의 어머니는 녀석을 처음부터 환영했다.
② ‘나’를 만났을 때 녀석은 배가 고픈 상태였다.
③ 녀석은 겉모습은 꾀죄죄했지만 얼굴은 곱살스러웠다.
④ 녀석은 ‘나’의 마을에서 들어볼 수 없는 말씨를 사용했다.
⑤ 피란민이 나타난 후 집 안의 물건이 없어지는 일이 생겼다.
36. ㉠의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조용하던 마을이 시끄럽게 변했기 때문이다.
② 아이들이 나쁜 영향을 받을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③ 다른 지역의 사람들이 마을에 오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④ 피란민이 오는 것은 전쟁이 계속된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⑤ 경제적인 측면에서 마을 사람들의 어려움을 가중시켰기 때문이다.
37. ㉡에서 알 수 있는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녀석과 ‘나’의 대조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② ‘나’가 일부러 녀석이 앞장서게 했음이 드러난다.
③ ‘나’가 녀석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했음이 드러난다.
④ ‘나’가 녀석에게 도움을 줄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⑤ 녀석과 ‘나’의 관계가 좋아질 것을 짐작하게 해 준다.
38. ㉢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피란민 때문에 상처를 받은 어머니의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② 녀석을 ‘나’처럼 대하겠다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③ 녀석을 진심으로 환영하게 된 어머니의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④ 명선의 금반지를 보고 달라진 어머니의 태도를 표현하고 있다.
⑤ 녀석을 대하던 모습을 반성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표현하고 있다.
39. 이 글에서 작품이 창작된 사회·문화적 배경을 짐작하게 하는 단어 두 개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피란민, 전쟁
② 서울 말씨, 사투리
③ 쌀바가지, 뒤주
④ 참외, 감자
⑤ 동그라미, 노란 빛깔
[40~4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느 날 명선이는 부모가 죽던 순간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피란길에서 공습을
만나 가까운 곳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한참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어머니의
커다란 몸뚱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전신을 무겁게 덮어 누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구 소릴 지르면서 엄마를 떠밀었단다. 난 그 때 엄마가 죽은 줄도
몰랐어.” 그리고 명선이는 숙부네가 저를 버리고 도망치던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실은 말이지, 숙부가 날 몰래 내버리고 도망친 게 아니라 내가
숙부한테서 도망친 거야. ⓑ숙부는 기회만 있으면 날 죽일라구 그랬거든.” 숙부가 널
죽이려 한 이유가 뭐냐는 내 질문에 그 애는 무심코 ㉠대답하려다 말고 갑자기 입을
꾹 다물더니만, 언제까지고 나를 경계하는 눈으로 잔뜩 노려보고 있었다.
(나) 오래지 않아 ⓒ명선이를 머슴으로 부리려던 속셈을 어머니는 깨끗이 포기했다.
괜히 말썽이나 부리고 펀둥펀둥 놀면서 삼시 세끼 밥이나 축내는 그 뒤퉁거리를
어떻게 하면 내쫓을 수 있을까 하고 궁리하는 게 어머니의 일과였다. 아버지 앞에서
ⓓ어머니는 그동안 먹여 주고 재워 준 값과 금반지 한 개의 값어치를 면밀히 따지기
시작했다.
(다) 갈수록 밥 얻어먹는 설움이 심해지자 하루는 또 명선이가 금반지 하나를
슬그머니 내밀어 왔다. 먼젓번 것보다 약간 굵어 보였다. 찬찬히 살피고 나더니
어머니는 한 돈하고도 반짜리라고 조심스럽게 감정을 내렸다. “길에서
주웠다니까요.” 어머니의 다그침에 명선이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거참 요상도
허다. 따른 사람은 눈을 까뒤집어도 안 뵈는 노다지가 어째 니 눈에만 유독
들어온다냐?” 그러나 어머니는 명선이가 지껄이는 말을 하나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명선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어머니의 눈엔 ㉡크고 작은 의심들이 호박처럼
올망졸망 매달려 있었다.
(라) “㉢말은 안 혔어도 너를 친자식 진배없이 생각혀 왔다. 너 같은 어린것이
㉣그런 물건을 갖고 있으면은 덜 좋은 법이다. 이 아저씨가 잘 맡아 놨다가 후제
크면 줄 테니께 얻다 숨겼는지 바른대로 대거라.” 아무리 달래고 타일러도 소용이
없자 ⓔ아버지는 마침내 화를 버럭 내면서 명선이의 몸뚱이를 뒤지려 했다. 아버지의
손이 옷에 닿기 전에 명선이는 미꾸라지같이 안방을 빠져나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그리고 그날 밤 끝내 우리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40. 이 글을 읽는 방법으로 적절한 것은?
① 글에 드러난 운율과 심상에 주목하면서 읽는다.
② 글쓴이의 주장과 그에 대한 근거에 주목하면서 읽는다.
③ 전쟁으로 인해 달라진 등장인물들의 삶이나 심리에 주목하면서 읽는다.
④ 고전 문학의 전통이 현대 소설에 어떻게 반영되었는지에 주목하면서 읽는다.
⑤ 글쓴이가 자신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주목하면서 읽는다.
41. ⓐ~ⓔ 중 <보기>의 설명과 관계가 없는 것은?
<보기> 전쟁과 같은 극한 상황에서는 사람들의 이기적인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① ⓐ
② ⓑ
③ ⓒ
④ ⓓ
⑤ ⓔ
42. ㉠을 짐작한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나도 그걸 잘 모르겠어.
② 내가 말을 듣지 않아서야.
③ 내가 자꾸 도망치려고 했거든.
④ 내 금반지를 빼앗기 위해서야.
⑤ 숙부와 부모님의 사이가 나빴거든.
43. ㉡의 구체적인 내용으로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의 신분에 대한 의심
② 명선의 성별에 대한 의심
③ 명선의 부모에 대한 의심
④ 명선과 ‘나’의 관계에 대한 의심
⑤ 명선의 금반지의 출처에 대한 의심
44. 명선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숙부가 자신을 버렸다고 거짓말을 했었다.
② 피란길에 공습을 만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③ 밥을 얻어먹는 처지라 위축된 모습을 보였다.
④ 어머니에게 길에서 주웠다며 금반지를 주었다.
⑤ 아버지가 몸을 뒤지려고 하자 집 밖으로 도망쳤다.
45. 다음 빈칸에 들어갈 말로 적절한 것은?
아버지의 행동을 보니 아버지의 말 ㉢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겠어. (이)라는
말이 생각나는군.
① 다기망양(多岐亡羊)
② 표리부동(表裏不同)
③ 만시지탄(晩時之歎)
④ 장삼이사(張三李四)
⑤ 괄목상대(刮目相對)
46. ㉣(그런 물건)과 의미가 유사한 단어 두 개를 (다)에서 찾은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노다지, 요것
② 값어치, 금반지
③ 밥, 설움
④ 길, 노다지
⑤ 눈, 얼굴
[47~52]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날이 가고 달이 갔다. 어느덧 ⓐ초가을로 접어드는 날씨였다. 남쪽에서
쳐 올라오는 ⓑ국방군에 밀려 ⓒ인민군이 북쪽으로 쫓겨 가기
시작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생각보다 ⓓ전쟁이 일찍 끝나 남쪽으로 피란 갔던
명선이네 숙부가 어느 날 불쑥 마을에 다시 나타날 경우를 생각하면서 어머니는
딱할 정도로 조바심을 치기 시작했다. 내가 벌써 귀띔을 해 줘서 어른들은 명선이가
숙부에게 버림받은 게 아니라 스스로 도망쳤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 어떻게든 명선이의 입을 열게 하려고 아버지는 수단
방법을 안 가릴 기세였다.
(나) 그날도 나는 명선이와 함께 부서진 다리에 가서 놀고 있었다. 예의 그
위험천만한 곡예 장난을 명선이는 한창 즐기는 중이었다. 콘크리트 부위를 벗어나
그 애가 앙상한 철근을 타고 거미처럼 지옥의 가장귀를 향해 조마조마하게 건너갈
때였다. 그때 우리들 머리 위의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굉장한 폭음이 귀뺨을
갈기는 기세로 갑자기 울렸다. 푸른 하늘 바탕을 질러 하얗게 ⓔ호주기 편대가 떠가고 있었다.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다) 명선이가 들꽃이 되어 사라진 후 어느 날 한적한 오후에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모험을 혼자서 시도해 보았다. 겁쟁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의외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었다. 나는 눈에
띄는 그 즉시 거대한 팽이로 둔갑해 버리는 까마득한 강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생땀을 흘렸다. 엿가락처럼 흘러내리다가 그 밑을 가로지르는 선 위에 얹혀 다시
오르막을 타는 녹슨 철근의 우툴두툴한 표면만을 무섭게 응시하면서 한 뼘 한 뼘
신중히 건너갔다. 철근의 끝에 가까이 갈수록 강바람을 맞는 몸뚱이가 사정없이
까불렀다. 그러나 나는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그 일을 해내고 말았다. 이젠 어느
누구도, 제아무리 쥐바라숭꽃일지라도 나를 비웃을 수는 없게 되었다.
(라) 지옥의 가장귀를 타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그때
이상한 물건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바늘 모양으로 꼬부라진 철근의
끝자락에다 끈으로 친친 동여맨 자그만 헝겊 주머니였다. 명선이가 들꽃을 꺾던
때보다 더 위태로운 동작으로 나는 주머니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 가슴을 잡죄는
긴장 때문에 주머니를 열어 보는 내 손이 무섭게 경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속에서 말갛게 빛을 발하는 동그라미 몇 개를 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물건을 송두리째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47. 이 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적절한 것은?
① 자세한 배경 묘사를 통해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② 반어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주제를 강조하고 있다.
③ 비유적인 표현을 활용하여 대상의 속성을 드러내고 있다.
④ 등장인물의 말을 통해 주제를 직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⑤ 다른 공간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48. 이 글을 읽고 보인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아버지는 전쟁이 곧 끝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군.
② 명선은 부서진 다리에서 위험한 행동을 자주 했겠군.
③ 명선은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나’를 겁쟁이라고 놀렸었군.
④ 명선이 강에서 떨어진 것은 자신의 상황에 절망했기 때문이겠군.
⑤ ‘나’는 명선이 죽기 전까지 명선의 금반지가 어디 있는지 몰랐었군.
49. (다)에서 명선의 죽음을 표현한 구절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가 들꽃이 되어 사라진 후
②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모험을 혼자서 시도해 보았다
③ 의외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었다
④ 까마득한 강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생땀을 흘렸다
⑤ 어느 누구도 나를 비웃을 수는 없게 되었다
50. ㉠의 원인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 금반지를 잃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② 명선을 푸대접했던 것이 드러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③ 명선의 숙부가 명선을 다시 버릴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④ 명선이 숙부를 따라가지 않겠다고 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⑤ 명선의 숙부가 금반지를 돌려달라고 할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51. ‘나’가 ㉡과 같은 반응을 보인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② 명선이 금반지 때문에 고생을 한 것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③ 겁쟁이라고 비웃는 명선이에게 복수를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④ 명선을 대하는 부모님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⑤ 철근의 끝에 가까이 가자 지옥의 가장귀 같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52. ⓐ~ⓔ 중 이 글이 창작된 당시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짐작하게 해 주는 소재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
② ⓑ
③ ⓒ
④ ⓓ
⑤ ⓔ
[53~58]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어느 마을이나 다 사정이 비슷했지만 특히 우리 마을로 유난히 피란민들이 많이 몰리는 것은 만경강 다리 때문이었다. 북쪽에서 다리를 건너 남쪽으로 내려오다 보면 자연 우리 마을을 통과하도록 되어 있었다. 우리가 알기로는 세상에서 제일 긴 그 다리가 폭격으로 아깝게 끊어진 뒤에도 피란민들은 거룻배를 이용하여 계속 내려왔다. 인민군한테 앞지름을 당할 때까지 피란민들의 발길은 그치지 않았다.
(나) ㉠생판 모르는 녀석이 간드러진 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주제꼴은 꾀죄죄해도 곱살스러운 얼굴에 꼭 계집애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우선 생김새에서 풍기는, 어딘지 모르게 도시 아이다운 냄새가 나를 당황하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사람을 부르는 방식부터가 우리하고는 딴판이었다. 그처럼 ㉡교과서에서나 보던 서울 말씨로 나를 부르는 아이는 아직껏 마을에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다) "왜 놀라니? 내가 무서워 보이니?" 조금도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약간 얼떨떨한 기분일 뿐이었다. 피란민이 줄을 잇는 동안 갖가지 귀에 선 말씨들을 들어왔으나, 녀석처럼 그렇게 착 감기는 목소리에 겁 없는 눈짓을 던지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녀석은 ㉢토박이 아이들이 피란민 아이들한테 부리는 텃세가 조금도 두렵지 않은 모양이었다.
(라) 어머니는 내 머리통에 대고 거듭 군밤을 쥐어박았다.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전혀 깜깜이라서 울음보를 터뜨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니가 ㉣상객으로 뫼셔 왔으니께 니가 멕여 살리거라!" 어머니는 다시 군밤을 먹이려다 뒤란까지 따라온 서울 아이를 발견하고는 갑자기 손을 거두었다. "아침상 버얼써 다 치웠다. 따른 집에나 가 봐라." 어머니는 얼음처럼 차갑게 말했다. "사나새끼가 똑 ㉤지집맹키로 야들야들허게 생긴 것이 영락없는 물빤드기고만……."
(마) "아줌마한테 요걸 보여 줄려구요." 녀석은 엄지와 인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만들어 보였다. 그 동그라미 위에 다른 또 하나의 작은 동그라미가 노란 빛깔을 띠면서 날름 올라앉아 있었다. 뒤란 그늘 속에서도 그것은 충분히 반짝이고 있었다. 그걸 보더니 어머니의 눈에 환하게 불이 켜졌다. "아아니, 너 고거 금가락지 아니냐!"
53.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전쟁의 비극성과 비인간성을 드러내고 있다.
② 과거의 일을 회상하는 듯한 어투로 서술되고 있다.
③ 지역 방언을 사용하여 내용의 사실성을 높이고 있다.
④ 서술자가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직접 제시하고 있다.
⑤ 어린아이인 '나'의 시선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다.
54. 이 글의 시대적 상황을 드러내는 단어로 적절한 것은?
① 뒤란
② 피란민
③ 교과서
④ 금가락지
⑤ 만경강 다리
55. ㉠~㉤ 중, 가리키는 대상이 나머지와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56. 어머니의 태도가 바뀐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서울 말씨를 사용하는 것을 보고 나서
② 금가락지를 보고 값진 물건임을 알고 나서
③ 겁없는 당당한 모습을 보고 나서
④ 피란민이라는 사실을 알고 동정심이 생겨서
⑤ 예의 바른 말솜씨에 감탄하게 되어서
57. '녀석'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겁이 없고 대담하다.
② 물질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긴다.
③ 피란민이었으나 우리 마을에 남았다.
④ '나'의 집에서 밥을 얻어먹으려고 한다.
⑤ 생김새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시골 아이들과 다르다.
58. (라)에서 어머니가 '나'를 야단친 이유로 적절한 것은?
① 서울 아이와 어울려 다녔기 때문에
② 금가락지에 대해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③ 계집애처럼 생긴 아이를 놀렸기 때문에
④ 피란민 아이들에게 텃세를 부렸기 때문에
⑤ 식량을 축낼 군식구를 데리고 왔기 때문에
[59~64]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상대방이 딴죽을 걸어 넘어뜨리고 위에서 덮쳐누르자, 한창 열세에 몰려 맥을 못 추던 ㉠명선이가 별안간 날라리 소리 비슷한 괴상한 비명과 함께 엄청난 기운으로 상대방의 몸뚱이를 벌렁 떠둥그뜨려 버렸다. 첫 번째 싸움에서 명선이는 승리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후로 계속된 두 번째 세 번째 싸움에서도 으레 상대방의 밑에 깔렸다가 무서운 힘으로 떨치고 일어나서는 승리를 했다.
(나) 어느 날 명선이는 부모가 죽던 순간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피란길에서 공습을 만나 가까운 곳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한참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어머니의 커다란 몸뚱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전신을 무겁게 덮어 누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구 소릴 지르면서 엄마를 떠밀었단다. 난 그때 엄마가 죽은 줄도 몰랐어." 그리고 명선이는 숙부네가 저를 버리고 도망치던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실은 말이지, 숙부가 날 몰래 내버리고 도망친 게 아니라 내가 숙부한테서 도망친 거야. 숙부는 기회만 있으면 날 죽일라구 그랬거든."
(다) "길에서 주웠다니까요." 어머니의 다그침에 명선이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거참 요상도 허다. 따른 사람은 눈을 까뒤집어도 안 뵈는 노다지가 어째 니 눈에만 유독 들어온다냐?" 그러나 어머니는 명선이가 지껄이는 말을 하나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명선이가 처음 ㉡금반지를 주워 왔을 때처럼 흥분하거나 즐거워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명선이의 얼굴을 유심히 들여다보는 어머니의 눈엔 크고 작은 의심들이 호박처럼 올망졸망 매달려 있었다.
(라) "자기네가 혹 난리 바람에 무슨 일이라도 당허게 되면 무남독녀 혈육을 잘 부탁헌다고, 저승에 가서도 그 은혜는 잊지 않겄다고, 서울 어디 사는 누네 딸이고 본관이 어디고 생일이 언제라고……." "가락지 말은 안 썼어라우?" / "안 썼어." 아버지는 딱 잘라 대답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아버지는 득의연한 미소와 함께 어머니한테 나직이 속삭이고 있었다. "금가락지 말은 없어도 저 먹을 건 다소 딸려 놨다고 써 있어. 사연이 복잡헌 부잣집인 것만은 틀림없다고."
(마) 명선이를 달아나지 못하게 감시하는 ㉢새로운 임무가 나한테 주어졌다. 우리 식구 모두는 상전을 모시듯이 명선이에게 한결같이 친절했다. 동네 사람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볼 마음을 못 먹도록 뚝심 좋은 아버지는 그 애의 주위에 이중 삼중으로 보호의 울타리를 쳐놓고도 언제나 안심하지 못했다. 나는 그 애의 그림자 노릇을 착실히 했다. 그러나 금반지를 어디다 감춰 뒀는지 그것만은 차마 묻지를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애는 내 사투리를 닮아 가고, 나는 반대로 그 애의 서울말을 어색하게 흉내 내기 시작했다.
59. 이 글에 나타난 사회·문화적 상황에 해당하지 않는 것은?
① 먹고살기 어려워지고 인심이 각박해졌다.
② 한국 전쟁이 발발하여 많은 피란민이 생겨났다.
③ 전쟁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많았다.
④ 인간적 가치보다 물질적 가치를 중시하기도 했다.
⑤ 어려운 상황에도 이웃끼리 서로 도우며 정을 나누었다.
60. 이 글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 것은?
① '나'는 명선이에게 거리감을 느끼며 멀리하였다.
② 명선이는 살아남기 위해 남자아이처럼 행동하였다.
③ 명선이는 서울에서 재산이 좀 있는 집의 외동딸이다.
④ 어머니는 두 번째 반지를 보고 명선이를 의심하였다.
⑤ 명선이는 다른 사람을 쉽게 믿지 않으며 경계심을 갖고 있다.
61.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명선: 피란길에서 경험한 일로 상처를 받았다.
② 어머니: 명선이 자체보다 명선이의 재물에 관심이 많았다.
③ 아버지: 마을 사람들이 명선이의 재물을 가져갈까 봐 염려했다.
④ 명선이의 숙부: 부모를 잃은 조카를 보호하지 않고, 비인간적인 행동을 하려고 했다.
⑤ '나'의 가족들: 가족을 잃은 명선이의 사정을 딱하게 여겨 명선이를 상전 모시듯이 대했다.
62. 명선이가 ㉠과 같이 행동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자신의 힘을 과시하기 위해
② 살아남기 위해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이기려고 함
③ 상대방을 놀라게 해주기 위해
④ 사람들에게 주목받기 위해
⑤ 평소에 지니고 있던 행동 습관 때문에
63. ㉡의 기능 및 의미에 해당하는 것을 모두 고른 것은? <보기> ⓐ 전쟁 중에 만난 뜻밖의 행운 ⓑ 어른들의 탐욕을 드러내는 소재 ⓒ 친구를 생각하는 어린아이의 순수함 ⓓ 사건의 중심 소재이자 명선이의 생존 수단
① ⓐ, ⓒ
② ⓐ, ⓒ
③ ⓑ, ⓒ
④ ⓑ, ⓓ
⑤ ⓒ, ⓓ
64. ㉢에 대한 설명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가 가진 재물을 얻고자 함이었다.
② 명선이를 잘 감시하라는 부모님의 명령이었다.
③ '나'는 서울말을 익혀 명선이와 친해지고자 하였다.
④ 이로 인해 명선이가 여자라는 사실을 숨길 수 있었다.
⑤ '나'는 명선이와 함께 금반지를 찾으러 돌아다녀야 했다.
[65~6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야아, 저게 무슨 꽃이지?" 그런데 그 애는 놀림 대신 갑자기 뚱딴지 같은 소리를 질렀다. 말 타듯이 철근 뭉치에 올라앉아서 그 애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내려다보았다. 거대한 교각 바로 위, 무너져 내리다 만 콘크리트 더미에 이전에 보이지 않던 꽃송이 하나가 피어 있었다. 바람을 타고 온 꽃씨 한 알이 교각 위에 두껍게 쌓인 먼지 속에 어느새 뿌리를 내린 모양이었다.
(나) 또 한바탕 위험한 곡예 끝에 그 애는 기어코 그 쥐바라숭꽃을 꺾어 올려 손에 들고는 냄새를 맡아 보다가 손바닥 사이에 넣어 대궁을 비벼서 양산처럼 팽글팽글 돌리다가 끝내는 머리에 꽂는 것이었다. 다시 이쪽으로 건너오려는데, 이때 바람이 휙 불어 명선이의 치맛자락이 훌렁 들리면서 머리에서 꽃이 떨어졌다. 나는 해바라기 모양의 그 작고 노란 쥐바라숭꽃 한 송이가 바람에 날려, 싯누런 흙탕물이 도도히 흐르는 강심을 향해 바람개비처럼 맴돌며 떨어져 내리는 모양을 아찔한 현기증을 느끼며 지켜보고 있었다.
(다) 콘크리트 부위를 벗어나 그 애가 앙상한 철근을 타고 거미처럼 지옥의 가장귀를 향해 조마조마하게 건너갈 때였다. 그때 우리들 머리 위의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굉장한 폭음이 귀뺨을 갈기는 기세로 갑자기 울렸다. 푸른 하늘 바탕을 질러 하얗게 호주기 편대가 떠가고 있었다.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라) 명선이가 들꽃이 되어 사라진 후 어느 날 한적한 오후에 나는 그때까지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모험을 혼자서 시도해 보았다. 겁쟁이라고 비웃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의외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었다. 나는 눈에 띄는 그 즉시 거대한 팽이로 둔갑해 버리는 까마득한 강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생땀을 흘렸다. 엿가락처럼 흘러내리다가 그 밑을 가로지르는 선 위에 얹혀 다시 오르막을 타는 녹슨 철근의 우툴두툴한 표면만을 무섭게 응시하면서 한 뼘 한 뼘 신중히 건너갔다. 철근의 끝에 가까이 갈수록 강바람을 맞는 몸뚱이가 사정없이 까불렸다. 그러나 나는 천신만고 끝에 마침내 그 일을 해내고 말았다.
(마) 지옥의 가장귀를 타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그때 이상한 물건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바늘 모양으로 꼬부라진 철근의 끝자락에다 끈으로 친친 동여맨 자그만 헝겊 주머니였다. 명선이가 들꽃을 꺾던 때보다 더 위태로운 동작으로 나는 주머니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 가슴을 잡죄는 긴장 때문에 주머니를 열어 보는 내 손이 무섭게 경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속에서 말갛게 빛을 발하는 동그라미 몇 개를 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물건을 송두리째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65. 작품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파악하며 감상했을 때의 장점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인물의 감정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다.
② 작가의 생애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③ 작품 전체의 의미를 깊게 이해할 수 있다.
④ 인물의 말과 행동의 의미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⑤ 작가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더 잘 파악할 수 있다.
66. 이 글을 읽은 학생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마지막까지 명선이를 이기려고 한 '나'의 노력에 깊이 공감했어.
② 결국은 어떠한 어른들도 부모를 잃은 명선이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웠어.
③ 명선이가 비행기에 대해 병적으로 겁을 내지 않았더라면 다리 아래로 떨어지지 않았을 것 같아.
④ 교각에 핀 들꽃에 관심을 가지는 명선이의 모습에서 아이다운 순수함과 소녀같은 모습이 있음을 느꼈어.
⑤ 사람들이 금반지를 빼앗으려고 하지 않았더라면 명선이가 부러진 다리 끝에 금반지를 숨겨 놓진 않았을 거야.
67. 명선이의 죽음을 암시하는 부분이 드러난 문단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가)
② (나)
③ (다)
④ (라)
⑤ (마)
68. ㉠과 같이 생각한 이유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비행기를 무서워해서
② 비행기 소리에 놀라 균형을 잃고 떨어졌을 것임
③ 다리가 흔들려서
④ 꽃을 잡으려다가
⑤ 스스로 뛰어내렸기 때문임
69. 명선이의 죽음을 비유적으로 나타낸 표현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가 들꽃이 되어 사라진 후
②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는 모험을 혼자서 시도해 보았다
③ 의외로 용기가 나고 마음이 차갑게 가라앉는 것이었다
④ 까마득한 강바닥을 보지 않으려고 생땀을 흘렸다
⑤ 어느 누구도 나를 비웃을 수는 없게 되었다
[70~76]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한 떼거리의 피란민들이 머물다 떠난 자리에 ㉠소녀는 마치 처치하기 곤란한 ⓐ짐짝처럼 되똑하니 남겨져 있었다. 정갈한 청소부가 어쩌다가 실수로 흘린 ⓑ쓰레기 같기도 했다. 하얀 수염에 붉은 털옷을 입고 주로 굴뚝으로 드나든다는 서양의 어느 뚱뚱보 할아버지가 간밤에 도둑처럼 살그머니 남기고 간 ⓒ선물 같기도 했다.
(나) 먼저, 쫓기는 사람들의 무리가 드문드문 마을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이어 포성이 울렸다. 돌산을 뚫느라고 멀리서 터뜨리는 남포의 소리처럼 은은한 포성이 울릴 때마다 집 안의 기둥이나 서까래가 울고 흙벽이 떨었다. 포성과 포성의 사이사이를 뚫고 피란민의 행렬이 줄지어 밀어닥쳤고, 마을에서 잠시 머물며 노독을 푸는 동안에 그들은 옷가지나 금붙이 따위의 물건을 식량하고 바꾸었다. 바꿀 만한 물건이 없는 사람들은 동냥을 하거나 훔치기도 했다. 그러다가 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꽁무니에 포성을 매단 채 새롭게 밀어닥치면 먼저 왔던 사람들은 들어올 당시와 마찬가지로 몇 가지 살림살이를 이고 지고 다시 홀연히 길을 떠났다.
(다) 어른들은 피란민을 별로 달가워하지 않았다. 난생처음 들어 보는 별의별 이상한 사투리를 쓰는 그들이 사랑방이나 헛간이나 혹은 마을 정자에서 묵다 떠나고 나면 으레 집 안에서 없어지는 물건이 생긴다는 것이었다. ⓓ굶주린 어린애를 앞세워 식량을 애원하는 그들 때문에 어른들은 골머리를 앓곤 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 때문에 뒤주 속에 쌀바가지를 넣었다 꺼내는 어머니의 인심이 날로 얄팍해져 갔다.
(라) 간단한 옷 보따리를 챙겨 누나와 나는 할머니의 손을 잡고 피란길을 떠났다. 그토록 바라고 바라던 피란인지라 누나와 나는 원족이라도 떠나는 즐거운 기분이었다. 한길엔 한여름 햇볕만이 쨍쨍할 뿐 강아지 새끼 한 마리 얼씬하지 않았다. 소리개 한 마리가 멀리 보이는 길가 공동묘지 위에 높이 떠 마치 하늘에다 못으로 고정시켜 놓은 박제의 표본인 양 오랫동안 꼼짝도 하지 않았다.
(마) 아침이었다. 마을엔 벌써 낯선 깃발이 펄럭이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재너머 학교를 향해 몰려가고 있었다. 나는 삽짝을 젖히고 골목길로 나섰다. / "얘." ⓔ생판 모르는 녀석이 간드러진 소리로 나를 부르고 있었다. 주제꼴은 꾀죄죄해도 곱살스러운 얼굴에 꼭 계집애처럼 생긴 녀석이었다. 우선 생김새에서 풍기는, 어딘지 모르게 도시 아이다운 냄새가 나를 당황하도록 만들었다. 더구나 사람을 부르는 방식부터가 우리하고는 딴판이었다. 그처럼 교과서에서나 보던 서울 말씨로 나를 부르는 아이는 아직껏 마을에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왜 놀라니? 내가 무서워 보이니?" / 조금도 무섭지는 않았다. 다만 약간 얼떨떨한 기분일 뿐이었다. 피란민이 줄을 잇는 동안 갖가지 귀에 선 말씨들을 들어 왔으나, 녀석처럼 그렇게 착 감기는 목소리에 겁 없는 눈짓을 던지는 아이는 처음이었다.
70. 이 글에 대한 설명으로 적절한 것은?
① 반어적 표현을 통해 비극성을 높이고 있다.
② 해학적이고 풍자적인 문체를 활용하고 있다.
③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주제를 부각하고 있다.
④ 어른의 모습을 통해 어린아이들의 문제를 비판하고 있다.
⑤ 아름다운 배경 묘사를 통해 인물의 순수성을 부각하고 있다.
71. (가)와 (나)에서 드러나는 사회·문화적 상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사람들이 쫓기듯이 마을로 들어왔다.
② 포성이 울릴 때마다 서까래와 흙벽이 울렸다.
③ 새로운 길을 내기 위한 공사가 한창 진행되었다.
④ 포성과 포성 사이로 피란민들이 줄지어 밀어닥쳤다.
⑤ 옷가지나 금붙이 등을 식량으로 바꾸는 사람들이 있었다.
72. (다)를 바탕으로 피란민 때문에 생긴 마을의 변화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물건이 없어지는 피해가 생기고 식량을 구걸하는 모습에 주민들의 인심이 각박해졌다.
② 피란민이 물건을 훔치고 동냥을 하여 마을의 분위기가 흉흉해졌다.
③ 피란민의 사투리가 이상하여 마을 사람들이 그들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④ 피란민이 많아져 식량이 부족해지고 마을 사람들이 굶주리게 되었다.
⑤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란민으로 인해 재산상의 피해를 입고 힘들어하였다.
73. (라)에서 드러나는 누나와 '나'의 모습으로 적절한 것은?
① 순수하고 철이 없다.
② 어른들에 대한 예의가 바르다.
③ 어린아이답지 않게 되바라졌다.
④ 침착하고 어른스러운 면이 있다.
⑤ 정서적으로 예민하고 감성이 풍부하다.
74. (마)의 사건 전개상의 역할로 적절한 것은?
① 갈등이나 사건의 시작을 알린다.
② 갈등 해결의 실마리가 제시된다.
③ 갈등이 본격적으로 심화되고 있음을 드러낸다.
④ 하나의 갈등이 다른 갈등으로 전환됨을 알린다.
⑤ 갈등이 마무리되면서 주요 사건의 종결을 나타낸다.
75. (마)를 바탕으로 ㉠에 대해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서울 말씨를 사용한다.
② 도시 아이다운 분위기를 보인다.
③ '나'의 모습을 흉내 내며 관심을 끈다.
④ 여자애 같은 곱상한 외모를 가지고 있다.
⑤ 붙임성 있는 목소리에 당돌한 눈짓을 보인다.
76. ⓐ~ⓔ 중, 가리키는 대상이 다른 하나는?
① ⓐ
② ⓑ
③ ⓒ
④ ⓓ
⑤ ⓔ
[77~8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아아니, 너 고거 금가락지 아니냐!"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금반지는 어느새 어머니의 손에 건너가 있었다. ⓐ솔개가 병아리를 채듯이 서울 아이의 손에서 금반지를 낚아채어 어머니는 한참을 칩떠보고 내립떠보는가 하면, 혓바닥으로 침을 묻혀 무명 저고리 앞섶에 싹싹 문질러 보다가 나중에는 이빨로 깨물어 보기까지 했다. 마침내 어머니의 얼굴에 만족스러운 미소가 떠올랐다.
(나) 어느 날 명선이는 부모가 죽던 순간을 나에게 이야기했다. 피란길에서 공습을 만나 가까운 곳에 폭탄이 떨어졌는데, 한참 정신을 잃었다가 깨어나 보니 어머니의 커다란 몸뚱이가 숨도 못 쉴 정도로 전신을 무겁게 덮어 누르고 있더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구 소릴 지르면서 엄마를 떠밀었단다. 난 그때 엄마가 죽은 줄도 몰랐어." 그리고 명선이는 숙부네가 저를 버리고 도망치던 때의 이야기도 들려주었다. "실은 말이지, 숙부가 날 몰래 내버리고 도망친 게 아니라 내가 숙부한테서 도망친 거야. 숙부는 기회만 있으면 날 죽일라구 그랬거든."
(다) 갈수록 밥 얻어먹는 설움이 심해지자 하루는 또 명선이가 금반지 하나를 슬그머니 내밀어 왔다. 먼젓번 것보다 약간 굵어 보였다. 찬찬히 살피고 나더니 어머니는 한 돈하고도 반짜리라고 조심스럽게 감정을 내렸다. "길에서 주웠다니까요." 어머니의 다그침에 명선이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거참 요상도 허다. 따른 사람은 눈을 까뒤집어도 안 뵈는 노다지가 어째 니 눈에만 유독 들어온다냐?" 그러나 어머니는 명선이가 지껄이는 말을 하나도 믿으려 하지 않았다. 명선이가 처음 금반지를 주워 왔을 때처럼 흥분하거나 즐거워하는 기색도 아니었다.
(라) "요, 요것이, 개패같이 달린 요것이 뭣이디야!" 명선이의 하얀 가슴께를 들여다보며 어머니가 소리를 질렀다. 곁에 있던 아버지가 얼른 그것을 가리려는 명선이의 손을 뿌리치고 뚝 잡아챘다. 줄에 매달린 이름표 같은 것이었다. 아직도 한 줌의 빛살이 옹색하게 남아 있는 서쪽 하늘에 대고 거기에 적힌 글씨를 읽은 다음, 아버지는 ⓑ마치 무슨 보물섬의 지도나 되듯 소중스레 바지춤에 찔러 넣었다. 그리고 마을 사람들을 향해 돌아서면서 눈을 딱 부릅떠 엄포를 놓는 것이었다. ㉡"나허고 원수 척질 생각 아니면 앞으로 야한티 터럭손 하나 건딜지 마시오!" 언젠가 가뭄 흉년 때 이웃 논의 임자하고 물꼬 싸움을 벌이면서 시퍼렇게 삽날을 들이대던 그때의 그 표정보다 훨씬 더 포악해 보였다. 우리 논에 떨어지는 빗물이나 마찬가지로 아버지는 우리 집 안에 우연히 굴러들어 온 명선이의 소유권을 마을 사람들 앞에서 우격다짐으로 가리고 있었다.
77. 이 글의 사회·문화적 배경과 관련된 주제로 적절한 것은?
①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상실
② 산업화로 인한 물질주의의 만연
③ 빈곤한 생활 속에서 드러나는 인간적 연대
④ 전쟁으로 생긴 상처와 가족애를 통한 극복 의지
⑤ 전쟁으로 생긴 파괴되어 가는 어린아이들의 순수성
78. (가)를 통해 드러나는 어머니의 성격으로 적절한 것은?
① 속물적이고 욕심이 많다.
② 다정다감하고 마음이 약하다.
③ 어리숙하고 매사에 우유부단하다.
④ 물욕이 있지만 순진한 면도 가지고 있다.
⑤ 세상 물정을 모르고 다른 사람을 잘 믿는다.
79. (나)를 통해 알 수 있는 명선이의 삶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부모와 함께 피란길에 올랐다.
② 숙부에게서 버림받은 적이 있다.
③ 공습을 만나 부모님이 돌아가셨다.
④ 공습 때 어머니의 몸에 눌린 경험이 있다.
⑤ 숙부로부터 목숨을 위협받아 도망치기도 했다.
80. (다)에 드러나는 인물들의 심리를 추측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어머니는 금반지를 보고도 즐거워하지 않았다.
② 어머니는 명선이의 금반지에 의심을 품고 있다.
③ 어머니는 명선이가 자신을 불신하는 것이 마땅치 않다.
④ 명선이는 '나'의 집에서 쫓겨날 것 같은 불안감을 느꼈다.
⑤ 명선이는 금반지를 주면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다.
81. ㉠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어른들의 탐욕을 상징하는 소재로군.
② 명선이의 순수함과 연약함을 드러내는 소재야.
③ 어머니의 태도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어.
④ 명선이가 전쟁 상황에서 생계를 유지하는 수단이야.
⑤ 명선이의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소재가 될 것 같아.
82. 아버지가 ㉡과 같이 말한 까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명선이의 재산을 마을 사람들이 탐낼까 봐 보호하고 소유권을 우리 집에서 차지하려고 한다.
② 명선이가 걱정되어 누구도 명선이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③ 이름표의 내용이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다.
④ 마을 사람들과 원수 관계를 맺지 않기 위해 경고하는 것이다.
⑤ 명선이가 위험에 처할까 봐 안전을 지켜 주기 위해서이다.
83. ⓐ, ⓑ와 같은 표현을 활용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로 적절한 것은?
① 시대적 상황을 나타낸다.
② 주제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③ 대상을 생동감 있게 나타낸다.
④ 인물 간의 갈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⑤ 서술자가 작품 안에 있음을 나타낸다.
[84~89]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가) 명선이를 달아나지 못하게 감시하는 새로운 임무가 나한테 주어졌다. 우리 식구 모두는 상전을 모시듯이 명선이에게 한결같이 친절했다. 동네 사람 어느 누구도 감히 넘볼 마음을 못 먹도록 뚝심 좋은 아버지는 그 애의 주위에 이중 삼중으로 보호의 울타리를 쳐놓고도 언제나 안심하지 못했다. 나는 그 애의 그림자 노릇을 착실히 했다. 그러나 금반지를 어디다 감춰 뒀는지 그것만은 차마 묻지를 못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애는 내 사투리를 닮아 가고, 나는 반대로 그 애의 서울말을 어색하게 흉내 내기 시작했다.
(나) 타고난 본래의 여자 모양을 되찾은 후에도 명선이는 갈데없는 머슴애였다. 하는 짓거리마다 시골 아이들 뺨치는 개구쟁이였고 토박이의 텃세를 계집애라는 이유로 쉽사리 물리칠 수 있게 되면서부터 온갖 망나니짓에 오히려 우리의 앞장을 서곤 했다. <중략> 인공 치하에서 학교가 쉬는 동안을 우리는 마냥 키드득거리며 떼뭉쳐 어울려 다녔다.
(다) "꽃 이름이 뭔지 아니?" 난생처음 보는 듯한, 해바라기를 축소해 놓은 모양의 동전만 한 들꽃이었다. "쥐바라숭꽃……." 나는 간신히 대답했다. 시골에서 볼 수 있는 거라면 명선이는 내가 뭐든지 다 알고 있다고 믿는 눈치였다. 쥐바라숭이란 이 세상 엔 없는 꽃 이름이었다. 엉겁결에 어떻게 그런 이름을 지어낼 수 있었는지 나 자신도 어리벙벙할 지경이었다. "쥐바라숭꽃…… 이름처럼 정말 이쁜 꽃이구나. 참 앙증맞게두 생겼다."
(라) 그날도 나는 명선이와 함께 부서진 다리에 가서 놀고 있었다. 예의 그 위험천만한 곡예 장난을 명선이는 한창 즐기는 중이었다. 콘크리트 부위를 벗어나 그 애가 앙상한 철근을 타고 거미처럼 지옥의 가장귀를 향해 조마조마하게 건너갈 때였다. 그때 우리들 머리 위의 하늘을 두 쪽으로 가르는 굉장한 폭음이 귀뺨을 갈기는 기세로 갑자기 울렸다. 푸른 하늘 바탕을 질러 하얗게 호주기 편대가 떠가고 있었다. 비행기의 폭음에 가려 나는 철근 사이에서 울리는 비명을 거의 듣지 못했다. 다른 것은 도무지 무서워할 줄 모르면서도 유독 비행기만은 병적으로 겁을 내는 서울 아이한테 얼핏 생각이 미쳐, 눈길을 하늘에서 허리가 동강이 난 다리로 끌어 내렸을 때, 내가 본 것은 강심을 겨냥하고 빠른 속도로 멀어져 가는 한 송이 쥐바라숭꽃이었다.
(마) 지옥의 가장귀를 타고 앉아 잠시 숨을 고른 다음 바로 되돌아 나오려는데 그때 이상한 물건이 얼핏 시야에 들어왔다. 낚싯바늘 모양으로 꼬부라진 철근의 끝자락에다 끈으로 친친 동여맨 자그만 헝겊 주머니였다. 명선이가 들꽃을 꺾던 때보다 더 위태로운 동작으로 나는 주머니를 어렵게 손에 넣었다. 가슴을 잡죄는 긴장 때문에 주머니를 열어 보는 내 손이 무섭게 경풍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리고 그 주머니 속에서 말갛게 빛을 발하는 동그라미 몇 개를 보는 순간 나는 손에 든 물건을 송두리째 강물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84. 이 글에 대한 독자의 반응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1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있군.
② 소년과 소녀의 순수한 우정을 주제로 하고 있어.
③ 상징적인 소재를 사용하여 주제를 드러내고 있어.
④ 어린아이의 시선으로 전쟁의 비극성을 드러내고 있군.
⑤ 공간적 배경이 사건 전개에 결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군.
85. <보기>는 이 글에서 활용된 다양한 소재들이다. ⓐ ~ ⓔ 중, 이 소설의 사회·문화적 배경을 드러내는 소재끼리 묶은 것은?
ⓐ 사투리 ⓑ 토박이 ⓒ 인공 치하 ⓓ 해바라기 ⓔ 호주기 편대
① ⓐ, ⓑ
② ⓑ, ⓒ
③ ⓒ, ⓔ
④ ⓑ, ⓒ, ⓓ
⑤ ⓒ, ⓓ, ⓔ
86. (나)와 (다)에서 드러나는 명선이의 모습을 설명한 내용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나), (다)에서는 서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② (나)에서는 외모로 보면 여자아이의 모습을 갖추었다.
③ (나)에서는 남자아이처럼 개구쟁이 행동을 많이 했다.
④ (다)에서는 여자아이다운 섬세한 면을 드러내고 있다.
⑤ (다)에서는 꽃을 계기로 자신의 과거를 회상하고 있다.
87. (라)의 장면을 네 컷의 만화로 만들려고 할 때, 적절하지 않은 것은?
① 명선이 지옥의 가장귀를 향해 건너가는 장면
② 푸른 하늘을 가로지르며 비행기가 떠가는 장면
③ 강물로 떨어지는 쥐바라숭꽃의 모습을 그린 장면
④ '나'가 명선과 함께 부서진 다리에서 놀고 있는 장면
⑤ 두려움이 없이 움직이는 명선을 부러워하는 '나'를 그린 장면
88. (마)를 바탕으로 '나'가 발견한 것과 그것을 떨어뜨린 까닭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금반지가 든 주머니를 발견했고, 그것을 보고 명선이의 죽음을 알게 되어 놀라서 떨어뜨렸다.
② 귀한 물건이라 생각하고 급히 손에 넣으려다가 실수로 떨어뜨렸다.
③ 명선이가 숨겨 둔 것을 알고 그녀에게 돌려주려다가 떨어뜨렸다.
④ 금반지를 보고 욕심이 생겨서 차지하려다가 떨어뜨렸다.
⑤ 어머니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급히 숨기려다가 떨어뜨렸다.
89. 작가가 ㉠을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바로 적절한 것은?
① '나'의 순수한 성격
② 명선의 강인한 생명력
③ 명선의 위선적인 성격
④ 명선과 '나'의 친근한 관계
⑤ 명선과 '나'의 변덕스러운 태도
댓글 5개:
국어 한 공기 독서 한 숟갈: 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문제 52제
서술형 점수: 0 / 0
객관식 점수: 1 / 53
전체 점수는: 1 / 53 점입니다.
오답 문제 : 객관식 52,53
6번 내용 넣기
국어 한 공기 독서 한 숟갈: 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문제 89제
서술형 점수: 0 / 0
객관식 점수: 76 / 89
전체 점수는: 76 / 89 점입니다.
오답 문제 : 객관식 3,12,16,18,33,34,44,47,61,62,64,74,87
국어 한 공기 독서 한 숟갈: 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문제 89제
서술형 점수: 0 / 0
객관식 점수: 11 / 89
전체 점수는: 11 / 89 점입니다.
오답 문제 : 객관식 64,74
국어 한 공기 독서 한 숟갈: 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문제 89제
서술형 점수: 0 / 0
객관식 점수: 26 / 89
전체 점수는: 26 / 89 점입니다.
오답 문제 : 객관식 3,13,14,25,29,32
국어 한 공기 독서 한 숟갈: 윤흥길, '기억 속의 들꽃' 문제 89제
🎉 축하한다냥! 평균 80% 이상 달성했다냥! 🐱
서술형 점수: 0 / 0
객관식 점수: 74 / 89
전체 점수는: 74 / 89 점입니다.
오답 문제 : 객관식 8,13,25,29,34,41,45,47,62,64,66,68,72,80,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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